2015 교육부 ‘국가 수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에 대한 성소수자 인권단체의 의견서 : 중고등과정을 중심으로
작성: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담당: 나영정(SOGI법정책연구회)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2015 교육부가 발표한 ‘국가수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이 절차와 내용에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여 이에 대한 의견을 제출합니다.
청소년의 성적 권리를 무시하고, 잘못된 정보를 담고 있으며, 다양성과 포괄성을 지니지 못하는 이번 ‘학교 성교육 표준안’은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간성 아동/청소년의 권리뿐만 아니라 모든 청소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조속히 철회할 것을 요구합니다.
목차
1. 학교 성교육 표준안의 목적의 문제점
2. 학교 성교육 표준안의 추진절차의 문제점
3. 학교 성교육 표준안의 전달연수 내용의 문제점
4. 학교 성교육 표준안의 내용의 문제점
5. 국제인권기준 위반
6. 결론
1. 학교 성교육 표준안의 목적의 문제점
○ 교육부는 [학교 성교육 표준안]의 도입 배경을 “학생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학생들이 성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정보를 통해 바람직한 성가치관과 성행동을 할 수 있도록 성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성가치관과 성규범, 성행동에 대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성적인 통제 능력을 길러 다양한 성문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8p)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 교육부가 밝히고 있는 성교육의 목적은 학생들의 건강과 행복한 삶에 방점이 있기 보다는 소위 성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는 것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전통적으로 한국사회에서 ‘학생’에게 시민과는 다른 대우를 해왔던 관행에서 비롯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특히 청소년, 학생의 성적 권리는 금기시되어왔고 “미숙하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전제하에 국가의 관리와 통제에 초점을 두는 것을 정당화해왔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논리는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를 뒷받침하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인권의 기준에서 청소년이 가지고 있는 자원과 권한의 부족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가립니다. 청소년이 사회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놓여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는 청소년의 성을 통제하고 금지하는 것에서 도출되는 것이 아닙니다. 성적 권리는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권리입니다. 그것을 실현하기 어려운 취약한 조건에 누군가 처해져있다면 그러한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해법이 제시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인권의식이 취약하고 인권보장에 대한 국가의 책무가 약한 한국사회에서는 인권과 권리를 주장하면 그만큼 책임을 조건으로 내걸거나 방종과 어떻게 다른지 증명할 것을 요구받습니다. 청소년의 성적 권리는 그러한 잘못된 인식과 관행으로 인해서 가장 크게 제한을 받는 영역중의 하나입니다.
○ 청소년을 위한 성교육이 청소년의 건강권, 정보권, 교육권을 신장시키고 성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교육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은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성교육의 목적은 청소년이 자신의 의사대로 성적인 권리를 표현하고 행하거나, 원치 않는 것에 대해서 거부하거나 피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성적 주체로 성장하도록 도우며, 그 과정에서 보다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2. 학교 성교육 표준안의 추진절차의 문제점
○ 교육부에 따르면 학교 성교육 표준안 마련 경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13.5.30) 정책연구 추진계획 수립·주관교육청 지정 요청 : [자료 1-1, 1-2] 2. (‘13.6.10) 주관 교육청 관계자 세부추진방안 협의 : [자료 2] 3. (‘13.8.23) 정책연구자 공모 및 제안서 심사·선정 - 주관교육청 공모 사업으로 해당 없음 4. (‘13.11.8) 정책연구 결과 중간 보고회 : [자료 4] 5. (‘14.1.16) 정책연구 결과 공청회 : [자료5-1, 5-2] 6. (‘14.3.10) 정책연구 결과 최종보고회 : 공청회 결과 반영 후 최종 표준안 결과 보고서 : [자료 6] 7. (‘14.3월) 정책연구 결과 적정성 검토를 위한 관계자 의견수렴 - 시·도교육청 및 관련기관 의견수렴(3.10~21) : [자료7-1, 7-3, 7-4] - 교육과정 전문가 의견수렴(3.20) : [자료7-2,7-5] - 관련 단체 의견수렴(4.15) - 연구진에서 별도 의견수렴 8. (‘14.8.29) 시·도교육청 담당자 검토회의(1차) : [자료8-1, 8-2, 8-3] 9. (‘14.12.12) 시·도교육청 담당자 검토회의(2차) : [자료 9-1, 9-2] 10. (‘15.1.26) 성교육 표준안 개발 결과 보급 : [자료10, 11 - 1, 2, 3] 11. (‘15.2.10) 시·도교육청 및 교육지원청 담당자 전달 연수 : [자료10, 11 - 1, 2, 3] 12. (‘15.2.23~3.13) 교육청별 단위학교 담당자 연수 : [자료12] |
○ 교육부가 2013년 5월 특별교부금(국가시책사업)으로 ‘2013년 학생건강안전 강화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그 중에 주요한 사업으로 학생 ‘성교육 강화’를 제시하였습니다. 또한 이 사업의 근거로 “UN여성차별철폐협약 이행과제에 성교육 의무과정 보장, 성 및 재생산 관련 건강권에 관한 연령·수준별 프로그램 도입 등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러나 교육부에서 실제 진행된 내용은 UN에서 권고하고 있는 가이드라인과 동떨어져 있고, 그러한 점은 정책연구 의견 수렴 과정과 결과를 통해서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 학교 성교육 표준안은 2년여에 걸쳐서 정책연구와 표준안 개발이 이루어졌으나 2013년 8월 ~ 2014년 3월 사이에 진행된 정책연구에 대한 중간보고회, 공청회, 최종보고회에 성교육 전문가를 비롯한 시민사회가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전혀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이 시기에 매우 제한적이고 편향적인 의견수렴을 함으로써 그 이후에 진행된 표준안 개발과정에서 포괄성이나 다양성은 완전히 삭제되었습니다. 성교육 표준안은 2015년 2~3월에 진행된 교육청별 단위학교 담당자 연수를 통해서 알려졌으며, 전달연수용으로 제작된 PPT의 내용의 부적절함으로 인해 큰 비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림 1> 성교육과 관련한 쟁점사항과 처리내용
○ <그림 1>에서 성교육과 관련한 쟁점사항과 처리내용을 보면, ‘동성애’와 ‘성정체성’ 항목의 경우에는 이에 대한 반대의견을 제시한 시민단체만의 의견을 싣고, 그 의견을 반영한 처리결과를 표시하였습니다. ‘동성애’와 ‘성정체성’이라는 용어 사용을 반대하는 단체들의 입장이 비상식적이고 반인권적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 모든 학생들의 건강을 추구하며 다양성을 인정해야 할 성교육의 목적 자체가 도전받게 되었습니다.
성 정체성은 보통 동성애, 양성애, 이성애 등을 설명하는 ‘성적지향’과 성별에 대한 정체성에 대한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표현하는 ‘성별정체성’을 포괄하는 용어로 주되게 사용됩니다. 트랜스젠더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모든 사람의 성 정체성을 설명하는 용어에 대해서 반대 단체는 비상식적인 주장을 하는 것입니다. 또한 반대 단체가 주장하는 성별정체성의 판단기준은 정확하게 말해서, 트랜스젠더가 법적 성별을 바꾸고자 하여 법원에 신청할 때 법원에서 이에 대한 허가를 위해서 참고하는 판단기준일 뿐입니다. 이는 어떤 사람의 성별정체성의 판단기준이 될 수 없으며 그렇게 사용되고 있지도 않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용역수행기관과 교육부는 이러한 의견만을 반영하여 중학교 과정에서 성정체성과 성정체성 장애에 대해 잘못된 내용을 다루는 큰 과오를 범하였습니다.
또한 성교육, 가족구성원 간의 인간관계, 데이트 강간, 성폭력 대처 등 동성애와 성정체성을 제외한 다른 모든 쟁점에 대해서는 다른 입장을 소개하였으나 동성애와 성정체성에 대해서는 다른 입장을 소개조차 하지 않고 삭제하거나 반대 의견을 수용하였습니다. 성정체성을 다루는 인권단체와 전문가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과정으로 성교육 표준안을 만든 것은 이미 절차적, 내용적 정당성을 잃어버렸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3. 학교 성교육 표준안의 전달연수 내용의 문제점
○ 교육부는 2015년 2월 10일 “국가수준 학교 성교육 표준안 전달연수”를 시작하여 전국의 성교육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그 이후 2월 23일 ~ 3월 13일까지 교육장, 학교장, 장학사, 교육과정 담당교사에게 전달 연수하고 3월 20일에 결과를 제출하도록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각 교육청은 전달 연수를 위한 자료를 제작하여 홈페이지에 개시하고, 각 학교 뿐만 아니라 성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복지, 생활시설과 기관에까지 전달했습니다.
그런데 전달 연수를 위해서 만들어진 “국가수준 학교 성교육 표준안 전달연수” 용 PPT 자료는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단지 요약, 강조하는 수준을 넘어 심각한 문제점을 담고 있습니다.
1) 도입배경에 대한 설명
청소년이 예전보다 많은 수가 성관계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과 아동 청소년 대상의 성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가 병렬적으로 제시됨으로써 둘 간의 잘못된 인과관계를 설정할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결혼문화의 태도가 ‘개방적’인 것 자체를 문제시하는 인상을 주고, 독일이 20년 전 성교육 의무화를 하고 콘돔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는 기사를 언급하면서도 이후에 진행되는 내용은 이와 전혀 상관없이 진행되고 있어서 혼란을 가중시킵니다.
2) 학교 성교육 표준안에 대한 설명
전달연수용 자료를 통해서 근본적으로 성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교육부는 교사의 성적 가치를 전수하지 말라고 하면서, 양성평등적 가치를 바탕으로 하고, 성 정보교육이 아니라 다가치 교육이 되도록 하며, 보수와 진보의 관점에 치우치지 말고 중립성을 견지하라는 내용을 제시합니다. 이러한 혼란스러운 내용을 통해서 짐작할 수 있는 것은 학교 성교육 표준안에서 제시하는 가치들만을 전달하고 교사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배제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학교 성교육 표준안은 전혀 중립적이거나 다양한 가치를 담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교육부가 편향된 내용으로 만들어진 교육안을 국가수준의 표준안이라고 주장하면서 적용하기를 강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절차와 내용으로 만들어진 표준안은 절대로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림2>
<그림 3>
가장 문제가 되는 지점은 “학교 성교육의 주안점”에서 표준안의 범위 안에서 다루라고 제시하는 지점입니다. 대표적으로 학교 성교육은 “절제가 아닌 금욕이 바탕”, “동성애에 대한 지도는 합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음”이라는 내용은 이것이야말로 법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넘어서는 주장입니다.<그림 2, 3>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학생신분이라는 이유로 금욕해야 한다는 교육부의 주장은 정당화될 수 없는 사회이자 시대입니다. 또한 동성애에 대한 지도가 합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말은 그 어떤 법적 근거도 없는 주장이며, 오히려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과 인권침해를 담고 있기 때문에 위법한 주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용어사용에 주의하라고 하면서 자위행위를 성욕구의 해소로 대처하라고 제시하였습니다. 자위행위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의 의도는 무엇입니까? 명시적이고 구체적이지 못한 성교육 표준안은 실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장애, 출신배경, 인종 등 취약한 조건에 있는 이들에게 정보가 제공되는 것을 가로막을 우려가 다분합니다.
심지어 사회적 쟁점이 되는 내용을 따로 소개하면서 편향된 주장만을 담고 있습니다. <그림 4, 5>의 나, 마 항목에서 “다양한 성적지향 용어 사용 금지 및 성교육표준안에서 삭제 요구”, “성소수자의 내용 삭제 요구”라는 내용은 누가, 왜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인지 조차 명시되지 않은 채로 전달되고 있습니다. 또한 현실에서 존재하는 다양한 가족관계 또한 ‘다양성’을 배제하라고 하면서 1인 가족, 독신 가족의 용어 사용조차 제한하고자 합니다. 중학생의 성적 경험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직접적인 활동으로 다루지 못하게 하는 것은 누구를 위한 성교육인지를 반문하게 합니다.
<그림 6>에서 미혼모의 학습권에 대한 지원체계는 이해할 수 있지만 미혼부·모는 수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은 의도를 이해하는 것조차 힘들고, 극심한 성차별을 내포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림 7>에서 에이즈에 대한 교육 또한 명시적 언급을 회피하고 ‘성 관련 감염병의 이해(예방)으로 수정하는 것은 에이즈 예방과 대처에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만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림 4>
<그림 5>
<그림 6>
<그림 7>
이후에 이러한 내용에 대한 비판이 일자, 교육부에서는 전달 연수용 자료의 일부 표현을 수정하였으나 큰 틀에는 변화가 없었고, 그 마저도 교육 현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4. 학교 성교육 표준안의 내용의 문제점
○ 성소수자 인권단체의 관점에서 보는 학교 성교육 표준안 내용의 문제점은 근본적으로 성소수자와 관련된 내용이나 성정체성에 대한 보편적인 내용을 전혀 다루고 있지 않다는데 있습니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1차 년도 연구용역에 대한 의견 수렴의 과정에서 반성소수자 단체들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관련된 내용을 모두 삭제하였고, 전달 연수용 자료를 통해서 성소수자 관련된 내용으로 다룰 수 없다고 못 박았기 때문입니다.
교육부가 학교 성교육 표준안에 대해서 비판이 일자 해명을 하면서, “‘동성애’를 인권측면에서 지도하고 있고, ‘동성애’는 ‘성가치관’ 측면에서 일반적인 사항이 아닌바, 국가 차원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 마련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포함하지 않았다(학교 교육은 사회적·문화적·종교적으로 가치중립성을 유지하는 범위에서 시행해야 함)”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마련되는 학교 성교육 표준안일수록 모든 학생을 포괄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고 반대의견이 있다는 이유로 내용을 삭제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라고 볼 수 없습니다. 성교육을 통해서 누군가의 문제가 의도적으로 누락되고 배제된다는 것은 그에 해당하는 학생의 인권과 건강이 심각하게 침해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므로 그러한 행위를 “사회적 합의”라고 정당화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 더 중요한 정보를 찾아가기 이전에 모든 학교에서 보편적으로 시행될 성교육이라면 그 누구도 남겨두어서는 안됩니다.
○ 성정체성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왜곡된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청소년 시기에 자신의 성별정체성(남성인지, 여성인지 등) 혹은 성적지향(동성애자인지 이성애자인지 양성애자인지 등)을 질문하고 호기심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이러한 성 정체성에 대한 탐구와 확립의 과정을 겪는 것은 자아에 대한 고민 중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청소년 시기에 자아를 확립해나가는 과정에서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마주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타인의 부당한 억압이나 침해 없이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이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입니다.
이러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국가와 사회, 학교와 가족 등에서 해야 하는 역할은 다양하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주류와 다른 소수자들이 ‘다름’을 이유로 차별받거나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보호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포괄적이고 차별 없는 성교육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성교육이 가져야할 포괄성, 다양성의 가치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표현되어야 제대로 전달 될 수 있으며, 아동의 발달단계를 고려한 정보를 담아야 합니다.
그러나 교육부의 성교육 표준안에서는 성 정체성 형성에 관한 정보가 매우 취약하고 성소수자의 존재를 배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학교 성교육 표준안 중등 6차시 ‘청소년기의 성 정체성 형성’에서 참고자료로 제시된 “성 정체성과 관련된 장애”(p86)와 관련된 내용은 매우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 정체성과 관련된 장애(중등 6차시) 성 정체성(gender identity)이란 자신이 남자 혹은 여자라는 내적인 느낌을 반영하는 심리적인 상태로서 소속된 사회 문화와 연류된 태도, 행동 양식, 남성 및 여성과 연관된 속성 등이 포함된다. 그러므로 단순히 생물학적 특질을 말하는 성(sex)과는 구별된다. 건강한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 있게 ‘나는 남자’ 또는 ‘나는 여자’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성 역할(gender role)’이란 성 정체성에 대한 내적 감각을 외부적으로 나타내는 행동 양식이다. 정상적으로 성적 정체성과 성 역할은 일치한다. 즉 생물학적으로 여자라고 인지하는 여성이 여성다운 말과 행동으로써 이를 외적으로 표시한다. 마찬가지로 남자라고 인지하고 있는 남자가 남성답게 행동하는 것이다. 성 정체성 장애는 자신의 해부학적 성과 성 역할에 지속적인 불편함이 기본적인 특성이다. 원인에 있어 성 호르몬 등 생물학적 원인은 크게 인정되지 않으며, 대신 사회・심리학적 원인론이 우세하다. 즉 양육 시 어떤 성으로 자라는가 하는 문제이다. 어린이의 기질, 부모의 태도, 양육 방법, 부모와의 부정적 관계가 영향을 미친다. 전통 정신 분석학에서는 성장 과정 중 외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가 주가 되는 남근기 상태에 고착된 현상으로 본다. 성적 학대를 받은 경험이 많을 때도 이 장애가 생긴다는 연구도 있다. 발생 빈도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성전환 수술을 원하는 사람들을 통해 추정하면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
위의 내용을 보면, 성 정체성을 설명하면서 “건강한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 있게 ‘나는 남자’ 또는 ‘나는 여자’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표현을 씀으로써 트랜스젠더를 비롯해 태어날 때 지정된 성별과 다른 성별정체성을 고민하는 이들을 ‘건강하지 못하다’고 규정합니다. 이것은 의학적으로도 정확하지 않은 해석이며, 주류와 다른 정체성을 가지는 것을 질병으로 만드는 것은 반인권적 시각입니다. 또한 “정상적으로 성적 정체성과 성 역할은 일치한다.“고 단언하는 것은 성역할이나 성별 표현과 같은 영역이 사회의 변화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화해왔다는 점을 무시하며, 사람마다 정의하고 생각하는 것이 다른 ‘여성다운’, ‘남성다운’ 같은 기준들을 마치 고정된 것처럼 교육할 우려가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성별 고정관념을 심화시키고 성차별을 강화합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성 정체성 장애를 설명하는 대목에 있습니다. 자신의 성별에 불편함을 가지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때로 호르몬 투여나 의료적 조치를 받는 트랜스젠더가 의학적으로 ‘성 주체성 장애’라는 진단을 받아왔지만 최근 미국정신의학회에서는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가진다는 이유만으로 더 이상 장애라고 규정하지 않기로 하는 등 의학계에서도 시각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태어날 때 지정된 성별과 다른 정체성을 갖는 이유를 부모의 부정적인 양육태도에서 원인을 찾는 것은 전혀 확립된 이론이 아니며, 성적 학대를 원인으로 보는 시각 또한 극소수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정설인 것처럼 제시하는 등 부정확한 이론과 정보를 싣고 있습니다.
○ 성에 대한 관점이 매우 협소하며, 다양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자체를 윤리적, 정신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다룸으로써 차별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은 남녀의 관계(고등 1차시) 성교육은 남녀가 서로 사랑하며 도우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깨닫도록 하는 교육(중등 1차시) 성-영혼적 영역-성과 관련된 윤리적, 도덕적 결정(예-낙태, 성적소수자, 미혼모 등)(중등 1차시) 성-정신적 영역-여성, 남성에 대한 자긍심(중등 1차시) |
성교육은 남녀의 관계의 관계를 다루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며, “남녀가 서로 사랑하며 도우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깨닫도록 하는 교육”으로만 규정될 수 없습니다. 여성과 남성을 비롯해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모든 사람이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정체성과 즐거움을 깨닫고 다양한 성적 관계에서 주체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성교육의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목적을 인식하지 않고는 이미 구조적으로 존재하는 성차별과 성폭력을 해소하기 어려우며, 성교육 또한 차별적인 관행과 인식을 재생산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5. 국제인권기준 위반
국제인권기준에서 성교육 가이드라인은 아동청소년의 인권으로서 일관되게 “포괄적이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성교육을 제시합니다. 또한 학교 교육과정에서의 성교육을 통해서 성소수자 아동청소년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한 교육을 건강권의 관점에서 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교육부의 ‘국가 수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은 아래에 예시한 국제인권규범과 배치되고 한국이 비준한 협약을 위반하고 있습니다.
1) 교육권 특별보고관의 2010년 보고서
이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16, 20, 23번 항목에서 “개인은 스스로의 건강을 지킬 수 있어야 하고, 성을 긍정적이고 책임감 있게 존중하면서 다룰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개인 스스로의 필요와 권리에 대해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것은 개인이 교육 과정 시작하는 시점부터 전반에 걸쳐 포괄적인 성교육을 받을 경우에만 가능하며, 포괄적인 성교육을 받을 권리는 교육에 관한 권리의 한 부분이다. 포괄적이기 위해서는 성교육은 다양성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만 하는데, 이는 누구나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대할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16. Similarly, the Special Rapporteur considers that pleasure in and enjoyment of sexuality, in the context of respect for others, should be one of the goals of comprehensive sexual education, abolishing guilt feelings about eroticism that restrict sexuality to the mere reproductive function. 20. Thus, the right to comprehensive sexual education is part of the right of persons to human rights education. 23. In order to be comprehensive, sexual education must pay special attention to diversity, since everyone has the right to deal with his or her own sexuality without being discriminated against on grounds of sexual orientation or gender identity. |
2) 유네스코 성교육 가이드(2009년)
유네스코에서 만든 성교육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성이 근본적으로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합니다. 또한 2.3 젊은이에게 성교육이 필요한 이유에 “성적지향으로 인한 낙인과 차별에 노출되는 것을 막는 것”을 언급하고 있고, 3.4 학교에서 시행할 때 “성과 재생산 건강, 성평등(성희롱을 포함)을 증진하고, 성과 젠더에 기반한 폭력과 괴롭힘(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기반한 낙인과 차별을 포함)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하도록 제시합니다.
3) 유엔인구기금의 포괄적인 성교육 가이드라인
유엔인구기금이 정의하는 ‘포괄적인 성교육’은 “학교 안에서든 밖에서든 권리에 기반하고 젠더에 초점을 둔 성교육”을 말하고 “아동과 청소년의 감정과 사회적 개발의 맥락에서 그들이 지식, 기술, 태도와 가치를 갖추고 성에 대해서 긍정적인 관점을 개발하는데 목표”를 둡니다. 또한 “포괄적인 성교육은 청소년들이 그들의 젠더, 인종, 민족 또는 성적지향에 대해서 존중, 수용 관용, 공감을 가지고 타인을 대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UNFPA defines “comprehensive sexuality education” as a right-based and gender-focused approach to sexuality education, whether in school or out of school. CSE is curriculum-based education that aims to equip children and young people with the knowledge, skills, attitudes and values that will enable them to develop a positive view of their sexuality, in the context of their emotional and social development CSE empowers young people to take control of their own behaviour and, in turn, treat others with respect, acceptance, tolerance and empathy, regardless of their gender, ethnicity, race or sexual orientation. |
4)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의 일반논평
○ 아동권리협약 4호 논평
Adolescent health and development in the context of the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2003)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아동권리의 관점에서 청소년의 건강과 개발을 추진하고 아동과 청소년이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혹은 다른 의견, 국가, 민족, 사회적 지위, 빈곤, 장애, 또는 다른 지위로 인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하며, 이러한 청소년의 배경에는 성적지향과 건강상태(HIV/AIDS와 정신건강을 포함)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6. (a) the right to non-discrimination States Parties have the obligation to ensure that all human beings below eighteen enjoy all the rights set forth in the Convention without discrimination (article 2), including with regard to “race, colour, sex, language, religion, political or other opinion, national, ethnic or social origin, property, disability, birth or other status”. These grounds also cover adolescent’s sexual orientation and health status (including HIV/AIDS and mental health). The Committee recognizes that all adolescents subject to discrimination are made more vulnerable to abuse, other types of violence and exploitation. Further their health and development are put at greater risks. Therefore they are entitled to special attention and protection from all segments of society. |
○ 아동권리협약 14호 논평
아동권리위원회는 일반 논평을 통해서 아동의 정체성을 다루고 있고, 아동이 다양성을 가진 이질적인 집단이며, 성, 성적지향, 출신국가, 종교 그리고 신념과 같은 특성도 아동의 정체성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밝힙니다. 따라서 모든 아동에게 보편적으로 주어져야 할 권리뿐만 아니라 정체성 또한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Ⅴ. A. 1. Elements to be taken into account when assessing the child’s best interests (b) The child’s identity 55. Children are not a homogeneous group and therefore diversity must be taken into account when assessing their best interests. The identity of the child includes characteristics such as sex, sexual orientation, national origin, religion and beliefs, cultural identity, personality. Although children and young people share basic universal needs, the expression of those needs depends on a wide range of personal, physical, social and cultural aspects, including their evolving capacities. The right of the child to preserve his or her identity is guaranteed by the Convention (art. 8) and must be respected and taken into consideration in the assessment of the child’s best interests. |
○ 아동권리협약 15호 논평
B. Right to non-discrimination 8. In order to fully realize the right to health for all children, States parties have an obligation to ensure that children’s health is not undermined as a result of discrimination, which is a significant factor contributing to vulnerability. A number of grounds on which discrimination is proscribed are outlined in article 2 of the Convention, including the child’s, parent’s or legal guardian’s race, colour, sex, language, religion, political or other opinion, national, ethnic or social origin, property, disability, birth or other status. These also include sexual orientation, gender identity and health status, for example HIV status and mental health. Attention should also be given to any other forms of discrimination that might undermine children’s health, and the implications of multiple forms of discrimination should also be addressed. |
아동권리협약 15호 일반논평을 통해서도 아동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서 반차별적 접근을 강조하며, 다른 많은 차이와 마찬가지로 아동의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존중하는 것이 건강을 증진하는데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언급합니다.
5)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한국 정부에 대한 검토 보고서(8/1/2011 7차)
Concluding observations of the Committee on the Elimination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대한 검토 보고서를 통해서 “성교육이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에 대해 더욱 포괄적이고, 나이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권고하였습니다.
29. It recommends that the State party establish an effective monitoring mechanism to ensure that students are provided with the 10-hour compulsory course on sexual education and that it consider introducing a more comprehensive, age-appropriate programme on sexual and reproductive health and rights for both girls and boys as a regular part of the curriculum at the elementary and secondary levels. |
6. 결론
2015 교육부 '국가 수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이하 표준안)에 대한 성소수자 인권단체의 입장은 이 표준안이 철회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육부의 표준안은 아동과 청소년이 성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을 가지고 성과 재생산에 관한 건강과 권리를 획득해나가는데 있어서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교육부 표준안의 목적이 금욕을 강조하고, 양질의 정보를 차단하고 있으며, 잘못된 지식과 관점을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표준안이 마련되는 과정에서도 포괄성과 다양성을 확보할만한 의견수렴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당연히 존중해야 할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의 성적 권리를 부정하고 공격하는 일부 종교계의 입장만을 반영하는 등 편향된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표준안이 만들어진 이후에 각급 학교와 기관에 표준안이 전달되는 전달 연수과정에도 문제점이 많았습니다. 이미 교과에서 다루고 있던 내용과 모순되는 내용이 다수 존재했으며 시대착오적인 내용도 있어서 일선 교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하였습니다.
특히 표준안의 내용을 검토하였을 때 성교육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할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대한 내용이 빠짐으로써 성적 정체성을 아예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서 아동청소년이 정체성을 형성해나가는데 필수적인 정보를 누락하게 되었고, 낙인과 차별을 제거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할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매우 일부에서 성정체성을 다루고 있으나 잘못된 정보와 왜곡된 내용을 담음으로써 오히려 낙인과 차별을 조장할 우려가 있습니다. 트랜스젠더의 경우 의학적으로 성정체성장애로 진단되긴 하지만 단순히 건강하지 않은 정체성으로 규정할 수 없으며 부모의 양육태도로 기인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러한 내용으로 인해서 성역할과 성별규범을 강화하고,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을 잘못된 것으로 규정하며, 소수자들을 배제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많은 국제인권기준은 성교육이 아동과 청소년의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포괄성과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견지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유엔인권이사회의 멤버이자, 아동권리협약과 여성차별철폐협약을 비준한 국가에 걸맞게 국제인권기준을 준수하는 성교육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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