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의 6월 26일 결정에 대한 분석과 정리
미국연방대법원은 미국 현지시간 2013년 6월 26일 연방법 ‘결혼보호법(Defense of Marriage Act: 약자로 DOMA)’이 미국 헌법에서 보호하는 평등권에 위배된다고 하여 위헌판결을 내렸다.
결혼보호법은 미국 연방의회가 1996년 9월 21일에 제정한 것으로, 각 주에서 동성결혼을 인정하고 있더라도 연방차원에서 동성결혼을 인정할 수 없도록 결혼의 정의를 ‘남과 여의 결합’으로 제한한다고 명문화한 것이었다. 오늘 미국연방대법원의 판결은 이렇게 ‘동성커플의 존엄성과 권리를 부인하고 불평등을 조장하기 위한 악의적인 목적’은 차별의 정당한 근거로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판결문에서 연방대법원은, ‘결혼보호법’이 동성커플의 결혼을 ‘2등 결혼(second-class marriages)’으로 격하시키고 낙인을 부여하며, 기본적 인간관계의 안정성을 약화하고, 동성커플 자녀들에게 모멸감을 주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보았다. 또한 연방정부에서 제공하는 혜택에서 동성커플과 그 자녀를 제외시키고 마찬가지로 의무와 책임에서도 제외시키는 심각한 불평등 효과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그러므로 주에서 동성커플에 대해 동등한 존엄성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결혼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연방법에서 부정하고 동성커플에 대해 차별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수정헌법 제5조에서 보호하는 평등권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미합중국 대 윈저(United States v. Windsor) 사건은 이디스 윈저(Edith Windsor, 여, 84세)가 2010년 제기한 소송에서 시작되었다. 윈저는 동성파트너인 티아 스파이어(Thea Spyer)와 1963년에 만나 1993년 뉴욕시에서 동반자로 등록했고, 2007년 캐나다에서 결혼하였다. 뉴욕에서는 이 캐나다에서의 결혼을 인정하여 윈저는 결혼한 관계로 파트너와 생활을 계속하였다. 윈저는 2009년 파트너 스파이어가 사망하면서 받은 유산에 대하여 연방법상 배우자로서 인정받지 못하여 363,053달러(한화 약 4억 원)의 세금을 떠안게 되자, 이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날 연방대법원 판결로 인하여 주법에 의하여 결혼한 동성커플도 이성커플과 마찬가지로 1,000개 이상의 연방법과 프로그램이 부여하는 세금, 의료, 주택, 사회보장 등의 혜택을 똑같이 받게 되었다. 현재 미국에서 동성결혼을 인정하고 있는 주는 뉴욕주를 비롯하여 매사추세츠주, 워싱턴주, 메릴랜드주 등 12개 주와 워싱턴 D.C.이다.
한편, 연방대법원은 같은 날 캘리포니아주에서의 동성결혼을 재개시키는 또 하나의 판결을 내렸다.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은 지난 2008년에 이미 동성커플도 이성커플과 마찬가지로 결혼할 평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었고, 이에 따라 18,000여쌍의 동성커플이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에 반발한 주민들이 남과 여의 결혼만을 인정한다는 내용의 '주민발의안 8호(Proposition 8)'를 통과시켜 캘리포니아 주헌법을 개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연방대법원은 홀링즈워스 대 페리(Hollingsworth v. Perry) 사건에서 항소자의 항소자격에 흠결이 있다는 이유로 주민발의안 8호의 위헌성을 직접 판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판결은 결과적으로 주민발의안 8호가 결혼할 평등한 권리를 위반하여 위헌이라고 했던 연방법원 하급심 판결에 손을 들어주는 것이었다. 이로써 캘리포니아 주에서 동성결혼이 다시 재개될 예정이고, 그러면 미국에서 동성결혼이 가능한 주는 총 13개주와 워싱턴 D.C.가 된다.
이 판결들은 동성결혼에 대해 이제 막 논의를 시작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무엇보다, 결혼보호법과 같이 결혼을 보호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동성커플이 누려야 마땅한 평등한 권리를 막으려는 악의적인 차별은 헌법적으로 용납되지 않음을 천명한 대목에 주목하여야 한다. 이것은 다수가 입법을 통해 소수 집단을 배제하고 불이익을 주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음을 확인하면서, 정치적으로 약하고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헌법상 기본권을 실현하는데 사법부의 역할이 중요함을 다시 한 번 국민들의 마음에 각인시킨 것이다.
이로써 미국사회는 그 동안 오랫동안 해 온 동성결혼에 대한 찬반논쟁을 일단락하면서, 결혼제도가 이성커플만의 전유물이 될 수 없음을 확인했다. 미국의 각 주에서는 동성커플의 가족관계와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려는 노력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으며 연방대법원은 이를 존중했다. 편견을 깨고 존중으로, 차별과 배제에서 평등으로 가는 이 당연하고 정의로운 역사적 흐름에 한국 사회가 어서 눈을 뜨고 동참하기를 바란다. (끝)
<붙임>
미합중국 대 윈저(United States v. Windsor) 판결 요지 일부 발췌번역
(b) 결혼보호법(DOMA)은 뉴욕주가 보호하고자 했던 바로 그 집단을 해하고자 함으로써 연방정부에 적용되는 기본적 적법절차와 평등 보호 원칙을 위반한다. 헌법상 평등의 보장이란 최소한, 정치적으로 힘없는 집단을 해하고자 하는 공공연한 입법 의도로는 그 집단에 대한 차등대우가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여야 한다. 이러한 원칙들 아래에서 결혼보호법의 효력은 유지될 수 없다. 결혼보호법은 주가 정의한대로 결혼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온 전통에서 예외적으로 일탈해있으면서, 그 결혼을 연방이 인정할 때 수반되는 혜택들과 책임들을 동성 커플들로부터 박탈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는 법률이 주법에 의해 인정되고 보호되는 집단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목적과 효과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 대한 강력한 증거이다. 결혼보호법이 공언하는 목적과 그 실제적인 효과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각 주의 권한에 따라 합법적인 동성 결혼을 하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불이익과 차등적 지위, 그리고 낙인을 부과하는 것이다.
결혼보호법이 제정되어온 과정과 그 내용은, 각 주의 주권의 행사로서 수여된 동성 결혼의 동등한 존엄성을 침해하는 것이 연방법에 부수적으로 따르게 되는 효과 이상의 의미였다는 점을 명백히 보여준다. 그것은 결혼보호법의 본질이었다. BLAG의 주장은 결혼보호법의 입법 의도를 그대로 드러낸다. 결혼보호법이 실제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는가는 이러한 의도를 확인시켜준다. 결혼보호법은 전체 미국 연방법에 불평등을 새김으로써, 불평등을 제거하려는 뉴욕주의 목표를 좌절시킨다.
결혼보호법의 주요한 효과는 주가 승인한 결혼 중 일부를 동등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시키고 불평등하게 만드는 것이다. 결혼보호법은 주법에 따라 결혼한 커플들 중 일부에 대하여는 다른 커플들과 달리 권리들과 책임들 모두를 박탈하도록 고안됨으로써, 같은 주 안에 모순되는 두 개의 결혼 제도를 만들어낸다. 결혼보호법은 또한 동성 커플들이 주법에 따라서는 결혼한 상태로, 그러나 연방법에 따라서는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살도록 만듦으로써, 각 주에서 인정하고 보호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단한 기초적인 사적 관계들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약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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