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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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번호 : 13-08-09-01
일 자 : 2013년 8월 9일
발 신 :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수 신 : 각 언론사 및 제 단체
제 목 : 동성애혐오적 집단괴롭힘으로 인한 학생 자살에 있어 학교 측의 책임을 부정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논평
담 당 : 한가람 변호사 (02-364-1210)
논 평
동성애혐오적 집단괴롭힘으로 인한 학생의 자살에 있어
학교 측의 책임을 부정한 대법원 판결은
사법부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다
“동성애혐오적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은 충분히 예방가능한 사회적 타살”
“대법원은 학교폭력과 소수자 인권 현실을 외면하고 1심과 2심의 판결을 뒤집어 구체적 타당성을 결여한 판결을 내린 것”
1. 동성애혐오적 집단괴롭힘으로 인한 학생의 자살에 대해서 학교 측의 책임을 부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대법원 2013.7.26. 선고 2013다203215 판결, 대법관 이인복, 민일영, 박보영, 김신). 대법원 제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남자고등학교에서 동료 학생들로부터 “뚱녀”, “걸레년”이라는 욕설을 듣고 지우개가루를 뿌리는 등의 집단괴롭힘을 당한 고등학교 1학년 동성애자 학생이 학교에서 실시한 인성검사 등에서 심한 불안, 우울 상태를 보였고 자살 충동 역시 매우 높게 나타났음에도 담임교사가 보호자에게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전학을 권고하는 등의 소극적인 조치만을 취하였고 결국 해당 학생이 자살에 이르게 된 사안에서, 담임교사에게 학생의 자살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없었다면서 제1심과 원심에서 인정한 학교 측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소수자에 대한 몰이해와 인권적 시각의 부재를 바탕으로 소수자 학생의 자살을 예방해야 할 학교 등의 사회적 책임을 부정하는 판결로서 소수자 인권을 옹호해야 하는 사법부의 본분을 망각한 판결이다.
2. 성소수자 학생이 집단괴롭힘 등으로 인한 자살에 있어 취약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2006년의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 성소수자의 경우 자살시도를 한 경험이 있는 경우가 응답자의 47.4%로 매우 높게 나타나는데, 이는 전체 청소년 가운데 자해행위나 자살을 기도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 10% 정도인 것에 비해 거의 다섯 배가 높은 수준이다. 이는 청소년 성소수자에 대한 정신적․물리적 폭력과 깊은 상관이 있다. 위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 동성애자의 절반 이상이 언어적 모욕을 당한 적이 있고, 20% 정도가 신체적 폭력의 위협을 받거나 개인소지품이 망가진 적이 있었으며, 누군가 자신에게 침을 뱉은 경험이 있는 경우가 13.8%, 누군가가 자신에게 물건을 집어던진 적이 있는 비율이 18.5%, 성적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경우가 10.8%, 주먹질이나 발길질, 무기 등으로 공격당한 경험이 있는 비율도 1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청소년 성소수자가 가질 수 있는 자살과 관련한 취약성은 성소수자를 배제하고 성소수자에 대해 낙인과 폭력을 가하는 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유발되는 것이지, 성소수자라는 사실 자체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폭력과 낙인을 제거함으로써 청소년 성소수자의 자살을 상당수 예방할 수 있다.
3.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객관적인 내용들을 무시하고, 오히려 “객관적으로 보아” 교사 등이 예견하거나 예견할 수 없다고 하여 소수자 학생의 자살 취약성에 대해 학교 측에서 인식해야 할 의무를 부정했다. 무엇보다, 학교가 인성검사를 통해 자살위험성이 크다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이를 방지할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오히려 전학을 권유하고, 이 사건 제1심 판결이 지적하듯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이해와 관용을 교육하여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담임교사가 성소수자 학생에게 폭력과 갈등의 원인이 있다고 판단한 것에 면죄부를 주고 만 것이다. 또한 대법원은 “반 학생들의 조롱, 비난, 장난, 소외 등의 행위가 아주 빈번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추정하는 동시에, 조롱, 비난 등이 폭력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단정하면서 중대한 집단괴롭힘이 아니라고 보고 있는데, 이는 대법원이 학교폭력과 집단괴롭힘의 현실과 문제점, 그리고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낸다.
4.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사실관계에 대해 구체적인 판단을 한 1심과 2심의 판결을 뒤집으면서까지 소수자의 인권현실에 대한 몰이해와 학교폭력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다. 충분히 예방 가능했던 ‘사회적 타살’에 대해 구체적 타당성을 결여한 판단을 내렸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다른 소수자 학생에 대한 폭력, 그리고 이를 넘어 학교에서의 집단 괴롭힘 등의 폭력과 관련한 판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학교는 예방 가능한 학생의 자살에 대해 무책임해질 것이고, 자살예방을 위한 조치들을 취할 필요가 없어지고 면죄부를 받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더욱 많은 학생들이 폭력과 자살에 있어 매우 위험하고 취약한 상황에 놓일 것이다.
5. 대법원은 인권보장의 최후의 보루로서 학교폭력, 소수자에 대한 폭력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해야 할 제 본분을 망각하고, 오히려 그 책임이 있는 자들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 주었다. 또한 이것이 종교편향 논란에 휩싸인 이 판결 주심 대법관의 자살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낙인이나 편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게 되면서 사법부의 공정성이나 정교분리 원칙과 같은 헌법적 가치의 훼손까지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커다란 유감을 표한다.
6. 대법원이 사법부로서의 직무를 포기한 이 판결에 대해 뼈저리게 자성하고, 학교폭력과 이로 인한 많은 학생들의 죽음, 특히 소수자 학생들의 죽음을 예방함으로써 보다 안전하고 인권을 보장하는 책임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법리를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2013. 8. 9.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517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기자회견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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